2019 평창평화포럼 기조연설문

조희진

2019.02.15

1114

이미경 KOICA 이사장 기조연설문

평창평화포럼 2019

2019.02.09.() / 평창 알펜시아


 

1. 인사말씀


존경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님,

한왕기 평창군수님,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의 감동을

1년만에 이곳에서

함께 느끼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평창올림픽은 역대 최대규모 동계올림픽인데다

‘평화올림픽’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었습니다.


그 평화올림픽의 성과를,

우리는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차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은

‘평창 평화정신(peace spirit)’을 되살려

한반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2. 2019년과 평화의 의미


여러분,

저는 지난달 로힝야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Cox’s Bazar)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평화가 사라진 삶’이 얼마나 황폐한 것인가

몸소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인구 12만 명이 살던 조용한 해안도시 콕스바자르는

로힝야 난민 100만 명이 넘어와

지금은 세계 최대규모 난민캠프가 됐습니다.

매일 출생신고도 못하는 아이들이 100명씩 태어나고

폭우가 오면 언제든 무너질 것 같은 판자집에서,

그마저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땔감이라도 구하러 나갔다가는

납치되거나 성폭행당할까봐

종일 집에만 머물러야 했습니다.


평화가 없으면 인권도 없다는,

단순하지만 명백한 진실을

로힝야 난민캠프는 웅변하고 있었습니다.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난 1년간 한반도에서 목격한 것처럼

평화는 모두의 노력이 모여 한발짝씩 진전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매우 어려운 자국(自國)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로힝야 난민 100만 명을 받아들인 방글라데시 정부와

국민들의 관용과 포용성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오신

사버 호세인 초드리 의원님(Saber Hossain Chowdhury)께

박수를 보냅니다.


냉전시대에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가 통용되는 말이었습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건설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없으면 동북아 평화는 없고,

동북아의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도 깨지게 돼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지구상 어느 곳보다 한반도의 평화는 중요하고

우리는 그 평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3. PGPF 2019 메시지


2019 평창평화포럼이 의미를 갖는 점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평창에서 만들어진 평화의 물꼬가

평화의 시대로 가는 물줄기가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협력,

평화와 군축,

지속가능발전과 국제규범,

평화를 향한 여성과 청년의 역할,

스포츠·종교, 의회와 시민사회 등

평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사람의 평화, 지구의 평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한반도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냉전의 현장입니다.


하지만 지구상 어느 분쟁도 냉전의 역사,

식민의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프리카와 중동이,

남미와 아시아의 분쟁이 모두 냉전이나 식민경험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반도의 문제는 세계의 문제이고

세계의 문제는 한반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4. 지속적 평화와 KOICA사업


여러분,

과연 평화란 무엇입니까?


서로 총질만 멈추면 평화가 만들어질까요?


단순히 전쟁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소극적 평화를 얘기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경제성장과 빈곤감소만으로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해졌습니다.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사법정의에서 배제되며

사회적 자원배분에서 불평등을 느낄 때

분쟁이 촉발되고 폭력이 분출했습니다.


지구상에 대규모 전쟁은 줄었지만

분쟁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폭력과 갈등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고

분쟁을 예방함으로써 평화를 구축해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평화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UN과 세계은행도 ‘Pathways for Peace’ 보고서에서

‘분쟁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여러분,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구축한다는 게

실제로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KOICA가 이행 중인 개발협력 사업을 통해

평화 구축의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중동국가 예멘의 불안정 때문에

최근 한국 제주도에 난민신청이 폭증한 것에서 보듯이

지구상 어느 곳의 분쟁은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보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난민은 분쟁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지만,

난민이 다른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바꿔말하면, 난민문제를 적극 대처하는 것은

분쟁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다른 분쟁을 예방하는 것도 됩니다.


그래서 KOICA는 난민문제 대처를 통해

뿌리뽑힌 사람들이 재정착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KOICA는 지난 5년간

난민에 대한 지원을 15배 확대했고

유엔난민기구(UNHCR)에 2000만달러 이상을 지원한

‘2000만불 공여국 클럽’에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내전의 상처를 갖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국내 피난민 재정착 지원’을 완료했고,

중앙아프리카 난민 유입으로 문제를 앓고 있는

카메룬에서는 ‘난민공동체개발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방글라데시, 우간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난민 아동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아덴만 해적’문제로 잘 알려진

소말리아 난민을 위한 공동체 통합사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KOICA는 유엔난민기구에

20대, 30대 인재들을 파견하는

KMCO(KOICA Multilateral Cooperation Officers)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한국 인재들이

글로벌 현장에서

분쟁 예방과 평화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5. 평화-개발-인도적지원 총체적 접근


여러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UN연설에서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국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도적 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평화, 개발, 인권을 아우르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평화-개발-인권은 삼각대와 같아서

한 축이 무너지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KOICA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성평등’과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KOICA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모든 개발원조(ODA) 사업에

이런 요소들이 반영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KOICA는

△영양실조·질병 퇴치, 불발탄/지뢰제거와 같은 신체위험이나

△실업과 빈곤, 불평등 심화, 강제 이주와 같은 사회적 위험 감소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은 지속하면서도

KOICA는 앞으로

△법제·사법 역량 강화 △공정한 경제활동 제도정비

△시민사회 역량강화 △청년과 여성고용 증대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평등, 법치, 참여와 포용, 투명성이 확보돼야

정치, 경제, 사회문화, 환경 등 모든 차원에서

평화가 유지되고 제대로 된 개발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KOICA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하는,

‘평화기반 사업추진 기본계획(2019~2021)’을 채택했습니다.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포용적인 사회구현’이라는 정신이

이 기본계획에 담겨 있습니다.


성별이나 인종,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사회가

온전한 평화와 발전을 누리기란 불가능합니다.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인권과

평화가 보장되어야

발전이라는 상생번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KOICA가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3P,

즉 △사람중심(people) △평화중심(peace)

△상생번영(prosperity)이라는 지향점에도

이런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Planet이라는 4번째 P도 추가됐습니다.


planet은 지구를 뜻하면서 환경문제를 뜻하기도 합니다.


환경문제는 미세먼지를 둘러싼 한-중 갈등만 있는 게 아닙니다.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현실적인 도전이 된 지 오래입니다.


 

6.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KOICA평화협업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지난해 유엔 고위급정치포럼(UN High-level Politi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 참석해

평화문제에 대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관심을 확인했습니다.


올해 HLPF는 ‘평화’가 주제인 만큼

한층 더 왕성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평화는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참여하지 않고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게 평화입니다.


이번 평창포럼에 정부, 의회, NGO, 종교 등

다양한 참석자들이 모인 것도 ‘누구나 참여하는’

평화논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만드는 수단도 모든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라는 스포츠 행사가

한반도 평화에 가져온 효과를 한번 보십시오.


2018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평창에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하자”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협력의 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가 평화에 기여하듯이

모든 분야는 평화를 위한 역할이 있습니다.


KOICA는 각 분야 참여자들과,

모든 이슈에서 평화-인권-개발이 함께 하도록

만들어갈 것입니다.

 


7. 맺음말


여러분,

1999년 헤이그평화회의에서 남아공 투투 주교(Desmond Mplio Tutu)는

“혼자 평화를 꿈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방글라데시 로힝야 캠프를 방문하면서

법륜스님이 이끄시는 한국JTS,

UN 구호기구 WFP와 함께

가스버너 10만 개를 전달했습니다.


가스버너는 단순한 조리도구가 아니라

난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자,

미래를 향해 함께 만드는 희망의 불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평화를 꿈꾸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평창평화포럼 논의도

미래를 향한 불꽃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로,

동북아의 평화가 세계로 뻗어가는 ‘나비효과’를 기대합니다.


‘평창에서 세계와 함께 평화를 구상하다’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에 걸맞게

‘평화와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 제시되고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될

‘평창평화의제 2030’프레임워크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이

한반도와 동북아, 전세계 평화를 공고히 하는

새로운 역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개발협력도 성사되기를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성숙되고, 여건이 조성되면

KOICA도 북한의 개발협력에 적극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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