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학습 환경을 위해 교사들이 수업받는 곳

세상을 바꾸는 KOICA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위해 교사들이 수업받는 곳
르완다 직업기술훈련 교사 연수원(RTTI, Rwanda TVET Trainer Institute)

 


미술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화가와 미술 선생님 중 그림 그리는 법은 누가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을까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그 능력을 다른 이에게 싹틔우기 위해 가르치는 일은 사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기술 분야로 오면 더욱 명백해지는데요.

르완다의 교육 시스템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 수리 기술자가 학생들에게 전기 과목을 수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교육 이론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부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필요한 것
지난 2017년 11월, 코이카(KOICA)는 르완다 정부 교육부와 협력해 새로운 르완다 직업 역량강화 훈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교사들의 교수법 역량을 보다 체계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시도였는데요. 이를 위해 코이카는 ‘기술, 직업 교육, 트레이닝’을 일컫는 ‘TVET(Technical and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직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재 르완다의 노동 시장 구조에 적합하도록 역량 항목을 세분화해 품질을 개선하는 일을 진행했습니다.


“사업 추진에 앞서 4,800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교사를 대상으로 역량 평가 시험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살펴보니, 정보통신 활용 능력이나 영어 구사력 항목도 점수가 결코 높지 않았지만 교수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학은 100점 만점에 38점으로, 여러 평가 항목들 중에서도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소프트 스킬’에 해당하는 것 즉,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방식, 영어 구사력, 노동자의 권리 등에 대한 교육을 모듈화해 TVET 자격 제도 커리큘럼으로 구성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TVET 프로그램 컨설팅을 총괄한 윤영준 프로젝트 매니저의 설명입니다.





‘교사들의 교사’ TVET 트레이너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2018년 4월 르완다 최초의 '직업 기술 훈련 교사 연수원(Rwanda TVET Trainer Institute, 이하 RTTI)'이 문을 열면서 더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RTTI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TVET 역량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고 이들 중 우수한 이들을 선발해 다른 교사를 트레이닝할 TVET 트레이너 자격증 교육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현재까지 2천 명이 넘는 교사가 6개월 과정의 TVET 교사 자격 코스를 연수받았으며 이는 르완다 전체 교사 수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입니다.



RTTI 전경


일명 ‘교사들의 교사’로 불리는 TVET 트레이너가 되면, 기존에 해오던 교사로서의 업무를 지속함과 동시에 동료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수법 수업을 하기도 하고, 트레이너 과정을 수료하려는 또 다른 교사의 참관 수업에 평가 위원으로 나서기도 합니다.





체계적인 수업이 가져다 준 교실의 달라진 풍경
학교를 운영하는 매니징 디렉터이자 교장의 차원에서도 교육 수준 향상과 직결되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반가운 대상입니다.

키갈리에서 남동쪽으로 2시간가량 떨어진 도시 냔자에 위치한 냔자 기술학교(Nyanza Technical School) 교장 레오나르도 마니람보나(Leonard MANIRAMBONA) 역시 TVET 프로그램을 반기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레오나르도가 이끄는 냔자 기술학교는 한국의 기술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 기관으로 2005년 설립 이래 건설, 가정용/산업용 전기, 자동차 엔진, 웰딩, 태양에너지, 인테리어 디자인, 텔레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직업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내 600여 명의 학생들과 34명의 교사들 중 18명의 TVET 수료 교사들이 재직 중인데요.


이 중 윌슨 하레리마나(Wilson HARELIMANA) 씨의 경우, 학교의 전기 과목 교사인 동시에 우수한 성적으로 TVET 트레이너 과정을 수료함에 따라 냔쟈 기술학교에서 교사들의 교사로서 그들의 수업 전달력을 모니터링하고 추가적인 도움을 주는 ‘퍼실리에이터(Facilitator)’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거 전기 수리사 출신의 그는 종종 다른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참관 수업이 필요할 때면 평가자로 참여해 도움을 주고, 이러한 추가적 업무는 그에게 본업 외 수당을 제공해 또 다른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TVET을 알기 전의 수업은 제가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방식이었어요. 트레이닝 이후에는 어떻게 수업 준비를 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수업인지를 알게 됐죠. 수동적이던 학생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을 할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낍니다.”





TVET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학교 교실이나 자재 등의 물리적인 수업 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무형의 소프트 스킬이 없으면 진정한 학습이 완성될 수 없음을 인지시켰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냔자 기술학교 학생들의 수업 모습



향후 르완다 정부는 RTTI를 통해 인증된 교사만 정식 교사로 임용을 하고 기존 교사 중에서도 RTTI 인증을 받지 못한 이들은 퇴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RTTI가 강조하는 교수법의 방법론과 가치에 한 번 더 주목해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글 김은아 ∥ 사진 한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