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코이카가 영프로페셔널(YP)과 다자협력전문가(KMCO), WFK 코이카 봉사단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이카는 이 프로그램들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국제기구에 취업한 청년들이 취업을 연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KMCO 사후지원 프로그램과 국제기구 협력사업 한국인 채용 제도를 통해 국제기구에 진출한 청년들을 만났다.
▲ 권정화 GGGI 필리핀 사무소 프로그램 담당관이 민다나오개발청의 홍보 영상에 출연해 필리핀 수리가오 맹그로브 생태계 디지털 모니터링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Q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GGGI) 필리핀 사무소에서 프로그램 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권정화입니다. GGGI는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저는 필리핀 정부 및 국제 파트너와 협력해 필리핀의 기후대응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업무는 신규 사업 기획과 제안서 작성, 파트너십 구축, 사업 이행 모니터링 및 평가 등 프로그램 전 과정에 걸쳐 있습니다. 특히 필리핀의 복잡한 기후, 사회, 경제적 환경 속에서 정부, 개발 파트너, 민간 기관과 함께 현실적인 솔루션을 도출해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가 단위의 기후 대응 전략과 지역사회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GGGI가 낯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GGGI는 2012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로, 본부는 서울 정동에 있으며 50여 개 국가 사무소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회원국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책 자문과 기술 지원은 물론, 실제로 회원국이 녹색 투자 유치와 제도 정비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녹색성장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각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Q코이카 다자협력전문가(KMCO)로 선정돼 GGGI 필리핀 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코이카 KMCO(KOICA Multilateral Cooperation Officer) 프로그램은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 및 개발협력 분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2013년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유엔 기구, GGGI 등 파견 MOU를 체결한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인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파견 기간은 1년이며 평가를 통해 추가 1년 연장이 가능해 총 2년간 근무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22년 KMCO 13기로 선발돼 2년간 GGGI 필리핀 사무소에서 근무했습니다. 파견 기간 동안 GGGI의 사업 구조, 코이카의 국제기구 협력사업, 국제기구의 의사 결정 및 협업 방식 등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 2월 GGGI 직원으로 전환됐습니다. KMCO는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국제기구 현장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코이카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파견 기간 동안 코이카 사업 외에도 정부 협력, 국가전략 수립, 현장 모니터링 등 국제기구 고유의 다양한 실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파견 종료 후에는 평가를 통해 코이카의 KMCO 사후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 반기문 GGGI 의장(가운데)과 GGGI 필리핀 사무소 동료들. 맨 오른쪽이 권정화 담당관이다.
Q2025년 초에 KMCO 사후지원 프로그램 대상이 되셨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KMCO 사후지원 프로그램은 2년간의 활동을 종료한 파견자가 국제기구 직원 전환의 기회를 얻게 될 경우, 코이카와 국제기구의 평가 및 선발 과정을 거쳐 코이카가 해당 국제기구에 일정 금액의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제도입니다. 국제기구 입장에서는 이미 현장에서 검증된 인력을 채용하면서 코이카의 보조를 받을 수 있고, 개인은 채용 과정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채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2025년 이 제도를 통해 국제기구에 더욱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고, 예측 가능한 커리어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현재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자금 동결 사태로 국제기구를 둘러싼 많은 환경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환경 변화 속에서 KMCO 프로그램이 국제기구 진출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미국 원조 중단의 영향으로 필리핀에서도 일부 프로젝트가 보류되거나 관련 기관의 인력 축소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제개발협력 환경이 불확실해졌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GGGI 필리핀 사무소는 미국의 자금에 직접적으로 의존하지 않아 재정 충격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을 보면서 한국 청년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국제기구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KMCO 프로그램의 가치를 느꼈습니다. 불확실한 환경일수록 경력의 흐름이 쉽게 흔들릴 수 있는데, KMCO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2년간 안정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파견 기간 동안 안정감을 가지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더 자신있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QGGGI 소속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해 대중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필리핀은 7,00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받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최근 몇 년간 극한 기상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기후 패턴이 변화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필리핀의 건기인 11월에 발생한 슈퍼태풍 우완(Uwan)으로 약 750만 명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 27만여 채가 손상되는 등 농업과 생계 기반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반복되는 피해에도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프라 부족, 재정 여력 부족, 대응 체계의 한계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에서 회복력 강화가 예방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필리핀은 한국의 정책 경험, 재난 대응 역량, 녹색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양국이 함께 구축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이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 교류 협력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Q이런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에서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싶은 후배들이 어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국제기구 진출’은 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국제기구에 진출해보면 각자의 경험과 연결되는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특정 전공이나 경력이 ‘정답’이라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국제기구 의제 및 가치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규모가 작은 국가사무소에서는 업무 범위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과 더불어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역량과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현지 업무 방식과의 균형, 파견국에 대한 관심과 적응력도 꼭 필요합니다.
▲ 김재휘 WFP 캄보디아 사무소 모니터링 및 평가 팀장
Q자기 소개와 처음 국제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세계식량기구(WFP) 캄보디아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재휘입니다. 현재 조사 및 모니터링, 평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영어 배우는 게 좋아서, 혼자 팝송이나 CNN 뉴스를 들으며 외교관의 꿈을 키웠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소위 ‘한비야 바람’이 불었고, 국내에서 세계화 붐도 일어 제 개인적 경험과 시대상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국제 개발분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Q코이카와 첫 인연은?
제가 석사 논문을 쓰면서 실제 프로젝트에 기반한 논문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코이카 영프로페셔널(YP)로 한국국제개발연구소에서 6개월간 일했던 게 코이카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이 연구소에서 조사보조역으로 일하며 파라과이와 엘살바도르의 코이카 모자보건센터 건립 사업 평가 용역을 도왔고, 주로 현장 사업 평가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했습니다.
Q국제기구 협력사업 한국인 채용 제도를 통해 WFP에 근무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게 어떤 제도인가요?
국제기구 협력사업 한국인 채용제도가 이전 한국 정부의 국제기구 한국인 진출 사업들과 다른 점은 채용 자체를 국제기구를 통해서 한다는 점입니다. 외교부의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나 유엔자원봉사단(UNV), 코이카의 다자협력전문가(KMCO) 사업들은 한국 정부가 한국인을 선발해 국제기구에 추천하는 방식이라면, 국제기구 협력사업 한국인 채용제도는 국제기구에서 공개 경쟁 절차를 통해 한국인을 선발합니다. 가장 큰 차별성과 강점은 국제기구의 정규 채용 절차를 통해 채용되기 때문에 정직원이나 일반 컨설턴트 직원과 다를 바 없는 계약 조건을 누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외부 인력’이 아니라 ‘내부 인력’으로 인정받아 조직 내 업무의 중요성과 책임도가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제기구 협력사업 한국인 채용제도뿐 아니라, JPO나 KMCO 사업 모두 한국 정부에서 국제기구에 더 전략적으로 ‘내부 인력’으로 혹은 그에 준하는 지위로 채용해줄 것을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JPO 프로그램이 이미 몇 년 전 국제기구 직접 채용으로 전환된 점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국제기구 협력사업 한국인 채용 제도의 수혜자가 된 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아프리카 등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 보니 사업지가 가족이 있는 한국에 더 가까이 있으면 하는 생각이 참 크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커리어 전략으로 아시아 피보팅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WFP 캄보디아 사무소에서 코이카 사업 모니터링 및 평가 관련 한국인 인력 채용 수요가 있었고, 사무소에서 한국인 채용을 위해 미래 국제 인재 풀(Future International Talent Pool·FIT Pool)을 찾아보셨던 것 같습니다. 2022년에 제가 이 인재풀에 모니터링 및 평가(M&E) 전문관 급으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WFP 캄보디아 사무소에 바로 채용될 수 있었습니다. 이 풀에 들어가 있어도 국가 사무소나 본부에서의 공고 수요가 없으면 아무 기회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코이카 국제기구 협력사업 한국인 채용 제도가 인재풀로 연결돼, 타이밍도 좋았던 케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WFP 캄보디아 사무소에서 맡고 있는 코이카 사업이 1·2차에 걸쳐 원활히 진행돼 한국인 채용 예산도 안정적으로 확보된 상황이어서 업무 지속가능성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QWFP 소속으로 식량 문제와 관련해 대중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제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후위기가 곧 식량위기라는 점입니다. 현재 82개국에서 3억 5,000만 명의 사람들이 급성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식량 생산/공급 시스템에서는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이 폐기되고 있습니다. 식량도 충분하고, 기술도 충분하고, 지식도 충분한데, 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굶주려야 할까요? 결국 식량위기는 생산의 문제를 넘어, 분배의 문제, 정의의 문제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식량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더 많은 음식을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공평한 분배를 이루며,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후 행동이 곧 식량 정의를 위한 행동입니다.
▲ 김재휘 WFP 캄보디아 사무소 모니터링 및 평가 팀장(왼쪽에서 첫 번째)이 부임 후 갔던 첫 현장 방문. 시엡립 주의 급식을 운영하는 학교 선생님들 및 지역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Q국제기구를 경험하고 싶은 후배들이 어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지난 세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세계 질서를 이끌며, 다자주의가 강화된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다자주의에 균열이 생기고, 새로운 국제 구도가 형성되는 전환기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국제기구는 다자주의에 기반한 규칙과 규범, 가치를 조율하고 실행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이 전환기에 있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디(국제기구, 사기업, 컨설팅 업계, 학계)’에 집중하기보다는 ‘왜(어떤 가치, 문제의식)’ 중심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후배들뿐 아니라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나의 미래 커리어를 어떻게 키울까’, ‘어떤 경쟁력을 통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또한 국제기구 직원은 항상 해외에서 일하고, 국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국제기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성격과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도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Q국제기구에 진출하는 데 있어 어떤 경험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국제기구나 국제개발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께 꼭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직접 부딪혀 보세요.” 그 경험 속에서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혹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를 하루하루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훨씬 더 명확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앞으로 국제기구의 일과 역할은 AI의 발전, 업무 자동화, 유엔(UN) 개혁 등으로 인해 눈에 띄게 변화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전문가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AI는 일반적인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고요. 고도의 사고력, 기획력, 그리고 전문 분야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이니셔티브를 설계하는 일은 그때도 사람의 몫일 것입니다.